1F 1전시실

사이몬 페르난디스

사이몬 페르난디스는 사운드, 제너러티브 이미지, 출판물 등을 이용한 작업을 선보여왔다. 그는 다양한 디지털 매체를 이용하여 “사물”을 본래의 상업적 맥락에서 벗어난 “시적 상황”에 놓이게 만든다. 주변 환경과 도구를 인간에 의해 사용되고 버려지는 것 이상으로 여기는 작가는 예술을 통해 사물에 영혼을 불어넣음으로써 사물과 인간 사이에 정해진 이분법을 파괴하고자 한다.

<수퍼 수퍼피셜>(2019)은 인간과 사물의 관계를 탐구하기 위해, 물질성과 비물질성을 오가며 현대 소비주의와 고대 애니미즘을 함께 배치한 작업이다. 그가 사용한 레이저 빔은 천정으로부터 겹겹이 매달린 사각 투명 비닐을 통과해 그 빛으로 비물질 사각형 드로잉을 만든다. 작가는 영혼과 삶의 개념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요소로 전기를 주로 사용하는데, 여기에서 레이저 빔은 영혼을 뜻하며, 레이저 빔이 투사된 겹겹의 비닐은 영혼이 부여된 인간화된 사물을 말하는 듯하다. 이와 함께 설치된 회화는 페르난디스가 인터넷에서 수집한 서울과 브라질에 대한 이미지 드로잉으로 인간만의 제스처가 담겨 있다.

주앙 제제

주앙 제제는 주로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LED 조명을 혼합한 조각 등의 확장된 매체를 다루며, 그 안에서 색상 안료와 빛의 상호작용을 탐구한다. 지속적으로 인류세, 신화, 자연 그리고 포스트-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문화에 관심을 두고 있는 그는 소비사회에서 쉽게 버려지고 유통되는 물품들로 “미래의 유물”을 만든다. 작가가 창조해낸 미래의 유물은 인류세에서 주장하는 인간에 의해 지배되는 자연의 위태로운 시기, ‘재난의 시대’를 지칭하는 관념들에 영향을 받은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원석>(2019)은 세계적인 원자재 수출국으로 각광받고 있는 브라질 천연자원의 수출 및 유통 과정을 오늘날 국제적인 미술품 운송시스템과 연결시킨 작업이다. 제제는 설치 미술가로서 현대미술작품을 세계 곳곳으로 보내는데 드는 값비싼 유통시스템을 떠올리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거래방식을 창안한다. 작가는 7개의 원석을 브라질에서 스캔해 3D 모델링 파일을 한국으로 “수출”한 후, 현지에서 이를 스티로폼 토템으로 구현한다. 더불어 움직이는 원석에 대한 짧은 영상은 K-POP 뮤직비디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는데, 이는 3D 모델링 파일을 바탕으로 화려한 색감과 카메라 기술을 이용해 강렬한 시각적 자극을 만들어낸다.

마르셀 다린조

마르셀 다린조는 시각예술에서 인터넷 환경과 같은 다변적인 요소를 통합하는 퍼포먼스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그는 주로 현대인의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인 요소를 통해 시각예술이나 연극, 무용, 영상, 음악 등 다매체간의 교차점을 탐구한다. 다린조가 “시뮬레이션”이라고 부르는 개념은 그의 작업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이는 전시공간에서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즉흥적으로 일어나는 일련의 “개입”을 의미한다. 시뮬레이션은 작업의 주요한 아이디어와 실체를 불분명하게 하여 관람객의 반응이나 주변의 환경적 요소에 집중하게 한다.

<제3차 세계대전 중 당신의 삶: 집단적 트라우마>(2019)는 그래피티로 둘러싸인 전시실과 옥상 공간에서 다양한 상황 설정에 기반해 진행되는 퍼포먼스 설치 작업이다. 이번 일민미술관에서 작가는 공개 모집된 10명의 콜렉티브 퍼포머와 함께 집단적 트라우마 버전의 그룹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퍼포먼스는 트위터에서 일어나는 공개시위와 라운지 VIP파티, 긴장 완화 기법과 후기자본주의이론을 종횡하며 다양한 인물과 상황을 차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대화이다. 여기에는 여러 환경적 요소와 함께 관객들의 반응에 의한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섞이게 되는데, 이를 통해 작가는 인간과 인간 주변 환경의 관계에 대해 말한다.

▶ 퍼포먼스 일시: 매주 토,일 오후 14:00

귀 퐁데

귀 퐁데는 비디오,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하며, 역사와 언어 같은 사회적 도구들이 인간의 행동과 공존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관심을 가진다. 그의 작업은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방식, 무엇보다도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출발한다.

<게임으로 보는 타자성-서울>(2019)은 기존 작업 <게임으로 보는 타자성>(2017)과<캐릭터>(2016)를 접목한 작품이다. <게임으로 보는 타자성>(2017)이 인간의 역사와 기록에 기반하지 않은 허구로 생성된 낯선 생물체에 대한 행동 양식을 타인과 공유하는 게임이었다면, <캐릭터>(2016)와 접목한 이번 작품은 낯선 생물체가 아닌 인간의 신체를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마주하는 낯선 신체는 일종의 붕괴되기 직전의 빌딩과 같은 구조물로, 다양한 생명 종들과의 상호작용이 사라진 포스트-아포칼립스 이후를 살아가는 인간의 고립된 상황에 대한 상징성이 결부된 형태이다. 관객들은 외부로부터 고립된 장소에서 이러한 총 7개의 신체 사진을 바라보며, 작품 옆에 연결된 헤드폰에서 각 캐릭터를 설명하는 시리(SIRI)의 음성을 듣게 된다. 인간이 아닌 시리가 읽어주는 이 텍스트는 인간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일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내며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해체하도록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