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아 마르셀은 사물의 질서에 개입하게 될 때 발생하는 효과를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한다. 특히 일상에서 발견되는 혼돈의 가능성에 주목하며, 이 혼돈으로부터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형식적인 무질서를 재배열하고자 한다. 더불어 유머러스한 우연성과 연관성을 작품에 도입해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관습적인 관념에 도전하는 상황을 연출한다. 그녀의 작업은 퍼포먼스와 밀접하게 맞닿아있으면서도 새로운 의미들을 생산하기 위해 평범한 요소들을 뒤튼다.
이번 전시에서 신시아 마르셀은 <폰테 193>(2007), <475 볼버>(2009), <교차>(2010) 영상 3부작을 선보인다. 각 영상은 소방차, 굴삭기, 연주자들의 퍼포먼스 장면을 보여준다. 광활하고 붉은 대지 위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움직임들은 무의미해 보이지만 점진적으로 예기치 못한 효과를 낳는다. <폰테 193>와 <475 볼버>에 등장하는 소방차, 굴삭기와 같은 장비가 무의미한 행위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장면은 자연과 도구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전환시킨다. 한편 <교차>에서 연주자들이 “대면-전환-만남”을 이루는 과정은 타자와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에 내포되어 있는 무한한 잠재성을 시적으로 드러낸다.
<물고기>(2016)는 브라질 북동쪽 연안 마을 어부들의 의식을 다룬 영상 작업이다. 작가는 어부들이 갓 잡은 물고기를 그들의 가슴팍에 안고 쓰다듬는 장면을 영상으로 담아냈다. 물고기의 죽음과 함께하는 이 애정 어린 행동은 권력과 폭력에 물든 종(種) 간의 관계에 대한 증언이다.
<일식#2>(2015)는 자연을 길들이려는 실험에서 출발한다. 두 개의 작은 조명기구에서 일몰이나 일출과 같은 연속된 움직임을 연상시키는 두 개의 반원 형상이 벽에 투사된다. 이 두 개의 반원은 각 조명기구 안에 담긴 진흙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풍경의 한 부분으로서 빛을 교란시키며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세기>(2011)는 신시아 마르셀이 브라질의 영화 제작자이자 비평가, 큐레이터로 영화계와 미술계에 지대한 공헌을 한 티아고 마타 마샤두와 협업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헬멧, 돌, 캔, 옷, 타이어 등의 물체들이 거리 한 편에 던져지는 행위가 고조되는 시위 현장의 모습을 담고 있다. 영상 속에는 시위자들의 모습이나 시위가 일어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사회의 질서를 와해시키는 다소 불편하고 즉흥적인 과정만이 부각된다. 작가는 질서와 무질서에 대한 추상적인 연출을 보여줌으로써 일상의 전복을 시도하고 있다.
줄리아나 세퀴에라 레이체는 조각, 드로잉, 영상, 사진 등의 매체를 이용하여 특정 공간 속에서의 신체성을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연결통로-주전원*>(2017)은 제1회 남극 비엔날레에서 처음 선보였던 영상으로, 신체와 환경이 결합되고 해체되는 과정을 다룬 4개의 챕터로 구성된다.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 돌아온 체험을 한 응답자의 설문을 토대로 한 첫 번째 챕터는 삶과 죽음 사이에서 신체와 정신의 분리에 대한 경험을 기록한다. 두 번째 챕터에서는 습관에 의한 신체적 불균형을 변화시켜 심리·정서적인 문제를 치료하고자 하는 기법인 ‘알렉산더 테크닉’ 레슨을 모방한 퍼포먼스가 등장한다.
이 퍼포먼스는 신체 기능을 회복하여 환경 속에서 몸의 움직임을 더 자유롭게 하는 방법을 다룬다. 물속에서의 생존 교육을 다룬 세 번째 챕터에서는 강습생들이 헬리콥터가 물에 충돌할 때 생존하는 법을 배운다. 이 훈련은 근본적으로 변화가 많은 수중 환경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습득하기 위한 것이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댄서들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등장 전후의 행성 움직임을 이해한 방식을 재해석하여 퍼포먼스로 선보인다. 궁극적으로 이 챕터들은 인간이 환경에 대한 인식이 극적으로 변하는 순간과 그 현실에 처한 신체를 연계하는 하나의 에세이가 된다.
<군중>(2013)은‘공동의 장소에 더불어 살며 서로 상호작용하는 사람들의 무리, 안정감보다는 두려움을 공유할 가능성이 더 큰 집단’으로서의 공동체의 개념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상 속에 나타난 한 무리는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직면했는지, 이러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 상태이다. 그들은 앞으로 나아가기를 주저하다가 한동안 정면을 응시한 뒤 천천히 흩어진다. 작가는 카메라 안에서 보이는 군중의 규모와 행동을 통해 이들이 단순히 비춰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또한 공동체 내에서 사람들이 공유하는 일시적 상태나 경험은 단체 행동을 이끌어낼 수도 혹은 아닐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 작업은 화면에 묘사되고 있는 건설 노동자와 같은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