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브란다오는 빛, 철, 숯, 흙, 과일 등의 원재료가 지닌 연금술적이며 현상학적인 속성을 영상, 조각, 설치 작업을 통해 선보여왔다. 각 재료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존재 방식과 그들의 변형 가능성에 대해 민감하게 다루는 그의 작업에는 자연적이고 문화적인 요소들이 서로 얽혀있다. 브란다오의 작업은 드로잉 행위에 동반되는 구성과 해체의 과정을 거쳐 불안정한 모습으로 표현된다. 그 과정의 결과물로 나타나는 사물과 장치는 본 기능을 상실하고 다시 새로운 기능이 부여되는 과정 사이에 표류하여 우리의 직관적인 이해를 순간적으로 벗어난다. 작가는 이러한 요소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신념과 이론을 뒤로하고, 이미 정형화된 세상의 지식에 반하는 태도를 지녀야 함을 이야기한다.
<시크릿 드로잉>(2015)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잉크인 레몬주스를 이용해 드로잉 한 것으로, 여기에 열을 가해 잉크를 어둡게 만듦으로써 형태를 선명히 드러낸다. 화면에 나타난 불완전한 달의 모양은 음력 달력을 지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연을 길들이기 위한 작가만의 실험이다. 한편 상파울루 공원의 시멘트 포장도로에 우연히 새겨진 나뭇잎 자국을 찍은 사진 <멈춰진 정원>(2015)은 자연을 합리화하고 이에 질서를 부여하려는 인간의 시도가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진흙으로 만든 비누로 손을 씻는 과정이 담긴 영상 <흙과 물>(2015) 또한 문화적 요소가 자연에 개입하는 것이 아닌 자연적 요소가 문화에 개입하는 과정을 드러내고 있다.
알렉산드르 브란다오의 대형 설치 작업 <코트>(2013)는 ‘보체 게임’에서 영감을 받은 관객 참여형 게임이다. 관객들은 직접 양동이 안의 숯으로 만든 공을 선택해 하얀 모래가 깔린 레일 위에 놓인 표적구에 최대한 가까이 가도록 굴릴 수 있다. 이 게임은 원인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아슬아슬한 게임으로,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는 전제를 뒤엎으며 브란다오의 작업에 있어 주요한 요소인 ‘실험’과 ‘예측 불가능성’을 암시한다.
조나타스 지 안드라지는 설치, 사진, 영상 등을 통해 도시화 과정과 근대적 경험의 구조를 탐구해왔다. 그는 지속적으로 브라질 북동지역의 사회문화적 이슈를 다루며 모더니즘의 모순을 재검토한다. 그의 작업은 이미지, 텍스트, 일상적 경험, 건축물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기록하는 방식을 통해 자신이 직접 접하지 못했던 과거에 편재한 개인적 서사를 종합한다. 실제로 브라질 식민지 시절의 낡은 건물과 현대식 고층 건물이 공존하는 북동지역 헤시페에 거주하고 있는 작가는 이 도시의 근대화 과정에서 나타난 건축물의 파열과 서사를 끈질기게 추적해왔다.
<트로피컬 행오버>(2009)는 헤시페 지역의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된 140개의 일기와 시대별로 얽혀있는 헤시페의 도시적 맥락을 보여주는 105점의 사진으로 구성된 작업이다. 작품 속 요소들은 개별적인 역사적 문서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도시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거대한 픽션이다. 작가는 정착과 폐허가 교차되는 장면과 자연과 인간이 뒤섞여 잠식된 도시의 서사를 통해 실패한 ‘근대화의 이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여준다.
<노스탈지아>(2012)는 두 명의 브라질 건축가가 쓴 근대적 삶에 관한 선언서와 헤시페 지역의 근대식 건축물에서 나온 345개의 유리섬유 타일이 분절된 형태로 함께 배치된 작업이다. 벽면에 부착된 일부 타일은 텍스트를 방해하는데, 이러한 배치는 브라질의 근대화 프로젝트의 실패를 암시함으로써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슈를 환기한다.
루카스 밤보지는 시각 예술가이자 뉴미디어 연구자로,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형태를 통한 인터랙티브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그의 작품은 크게 도시적인 맥락에서 발견되는 일상생활의 역설과 대립을 묘사하며, 이를 시청각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밤보지는 대도시의 정치적 생태계 속에서 소외된 계층에 초점을 맞추어 작업 활동을 하고 있는데, 실제로 브라질 내에서 소외된 지역에 직접 방문해 교육적인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예술가로서의 사회참여적 역할을 수행한다.
<작은 집>(2019)은 브라질(2009), 베네수엘라(2010), 멕시코(2011)에서 선보인 건축 조형물과 내부의 멀티미디어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일종의 ‘불법 증축물’로서 기존의 건축물에서 뻗어 나온 듯한 구성을 특징으로 하는데, 설치 공간 주변에서 수집되거나 전시 공사에서 남은 자재를 재료로 한다. 작품 내부에 설치된 영상은 탈출을 갈망하는 제스처와 사운드를 담고 있으며, 이는 외부 공간으로 나가려 하는 상상적인 상황과 함께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충돌을 나타낸다.
마베 베토니코는 신문, 포스터, 인터넷, 렉처 퍼포먼스 등의 매체를 통해 다양한 참고문헌을 픽션으로 재구성한 아카이브 성격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녀는 지속적으로 지리학, 지질학, 역사학, 민족지학 등의 주제에 관심을 갖고,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장기적 관점의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베토니코는 “기록”과 “구축”의 한계를 다루며 정보가 어떻게 구성되고 지속적으로 재작업되는지 살펴봄으로써 진실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기이한 광물이야기>(2017)는 스위스 역사 속의 세 인물인 지리학자 오베르 드 라 뤼, UFO 연구자 빌리 마이어, 과학 소설 박물관 ‘메종 다이외르’의 창립자인 피에르 베르생의 연구와 삶에 영감을 받아 제작한 강연 형식의 퍼포먼스 작업이다. 지리학이나 UFO학, 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기이한 광물이야기>(2017)의 주인공인 “광물”은 마치 전설 속에서 영웅이 탄생하는 것처럼 여러 단계를 거치며 성장한다. 공상과학 소설로부터 구전된 이야기들의 연결고리는 브라질의 광물개발 역사의 기록과 사실을 결합시킨 것이다. 광물 개발에 대한 야심과 신화, 그리고 발명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주인공 “광물”은 땅속에서뿐만 아니라 우주에서도 탐색과 상상의 대상이 된다. 이 이야기는 지구의 자원이 고갈되기 전에 다른 세계를 식민지화하고자 하는 픽션으로, 이는 인간이 첨단 기계와 기술을 이용하여 개발해야 할 곳으로 여겨 온 우주에 대한 끊임없는 착취를 재생산한다.